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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문장 하나하나가 진짜 아름답다.
'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둬진 피에타
그 조각상에 숨겨진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비밀'
『그녀를 지키다』는 공쿠르상 수상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로, 예술과 자유,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평화로운 마을 피에트라달바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가난한 가정에서 왜소증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 석공 미모가 석공예가로 성장하는 여정과 명문가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 비올라가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난 미모와 비올라는 열두 살, 어린 시절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영혼의 형제로 삼고 시대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설은 파시즘이 득세하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수도원 지하에 감춰진 피에타 석상에 얽힌 비밀을 따라가며 예술이 어떻게 영혼을 구원하고, 사랑이 어떻게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그려낸다.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앙드레아는 장면 하나하나를 마치 영화처럼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이 책은 단지 감동적인 이야기 그 이상이다.
삶의 고통과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아름다움, 무력함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끝까지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32.
나는 부모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흑마술이 작용했다 해도, 돌은 내게서 앗아 간 그만큼 나를 채워 줬다. 돌은 늘 내게 말을 걸었는데, 석회암이든 변성암이든 땅속에 누운 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내가 곧 몸을 뉘일 묘석이든 간에, 모든 돌이 그러했다.
91.
비올라, 비올라, 비올라.
깊이 자고 있다가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저 조금 더 강렬해진, 바로 그 오렌지꽃 향기. 내가 투덜거리는데도 그 존재는 끈질기게 그 자리에 머물렀고 나는 한쪽 팔꿈치로 몸을 괴었다. 자다가 놓친 생일 축하 카드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148.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422.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녀를지키다 #장바티스트앙드레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진심으로 서평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