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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완독🩷 #도서협찬✨️
김밥천국이라는 이름, 누가 지었는지 진짜 잘 지었지.
김밥천국에서 천원짜리 김밥 먹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첫 챕터부터 왠지 목구멍이 묵직해지는 이야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 작지만 뜨거운 감정을 담아낸 단편 소설집. 따뜻한 김밥과 떡볶이, 라면은 덤이다.
이 책에는 공무원, 비정규직, 워킹맘, 결혼이주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삶은 버겁고 지치지만, 그 끝에 김밥천국이라는 공간이 있다. 허기진 마음을 달래주는 따끈한 국물과 익숙한 분식들처럼,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전혜진 작가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장도 미화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조곤조곤 풀어내며 우리 모두가 겪는 작고 큰 외로움에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고단한 하루 끝, 누군가의 존재가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43.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과 몇 달 뒤에 죽을 거라는 말을 듣고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공부할 마음이 드는 게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에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 혹시 치즈 추가할 수 있어요?"
"예, 치즈떡볶이로 변경이요."
직원이 주문서에 체크를 하고 노란 슬라이스 체더지즈 한 장을 가져다 주었다. 아직 따뜻한 떡볶이에 치즈를 얹고 뒤적이자 모서리부터 사르르 녹아, 떡볶이 떡의 형태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곧 치즈는 드문드문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겠지만, 그만큼 떡볶이의 국물 맛은 더 진하고 부드러워질 것이다. 은심은 최 세무사가 말했던, 공부란 그냥 죽을 때까지 하는 거라던 그 말을 생각했다. 그 말이 떡볶이 국물에 녹은 치즈처럼 인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때까지, 그는 얼마나 오래, 많은 것을 성실하게 쌓아 올렸을까.
#김밥천국가는날 #전혜진 #래빗홀